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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순 SEO, Ok-Soon

..시간이 멈춘, 존재의 상상 속을 거닐다.

2020.11.10-12.12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면에 3.6미터 위로 걸쳐진 두 줄의 와이어에는 폭 2.1미터, 높이 3.2미터가량의 무명 천이 각각 전후 1.2미터의 간격으로 아래로 길게 늘어뜨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무명천 위에 작가는 자신의 자화상을 좌, 우에 반 씩 나누어 검정 실로 수놓았다. 갤러리의 전시공간은 설치 작업을 통해 새로운 공간의 아우라를 만들게 된다. 

 

관람자들은 이 작업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작품을 관찰할 수 있는데, 관객은 길게 늘여뜨려 놓은 천 사이를 지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따라 흔들리는 천의 느낌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작가의 공간 설치작업이 견고하거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환경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천이 가진 물성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은 작가의 섬세하고도 자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때 무명천에 수 놓여진 작가의 자화상도 천과 함께 따라 움직인다. 

 

천의 움직임은 주위의 공기의 흐름에 의해 수동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큰 공간 안에서의 높이 매달린 설치 작업은 관람자의 관점의 변화에 따라 작업을 보는 관람자의 움직이는 듯한 시각적 착시현상에 의해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지 않은 작업을 통하여 자신의 작업과 관람객이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바로 작품과 관람객이 함께,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 상호작용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과, 관람객과 작품과 함께 호응하면서 느끼는 능동적인 반응을 자아내기도 한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자신의 삶의 정체성으로부터의 성찰과 함께 외부 세계로의 현상에서 상호 관계적 언어를 공간 설치작업을 통하여 형성해 내고 있다. 또한, 앞뒤로 간격을 두고 공간에 설치된 반쪽의 두 얼굴은 평면에 표현되었음에도 서로의 거리에 의해 입체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는 듯한 의도가 숨어져 있음을 보게 된다. 

 

천 위에 작가는 시각적 표현 매체인 검정 실로 배경과 윤곽을 형성하며 또 다른 차원의 공간적 경계를 지어내고있다. 검정실의 윤곽은 마치 건축설계도면에서의 선처럼 안과 밖의 경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수를 놓은 작업들은 최소한의 언어만 포함한 어쩌면 지극히 절제된 선의 작업이다. 

 

다른 공간의 벽에 전시된 캔버스 작업에서는 자화상이 여러 개의 점과 함께 거꾸로 걸려있다. 다른 작업에서는 검정색 면이 자화상의 얼굴 부분 위쪽 반을 지우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머릿속을 흔드는 뭔가에 눌린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 다른 작업에서는 자화상의 좌측 눈 부위에 얼굴만한 원이 가려져 있다. 캔버스 작업에 나타난 검은색의 작가의 주재료인 검정 실과 함께 화면 구성요소로 표현되어 나타난다. 세상의 변화에 대한 작가의 심적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 주제는 최근 우리 인류에게 찾아온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재앙인 코비드-19로부터 기인한다. 그동안의 작업들은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향하여 끊임없는 내적 성찰을 표현한 것이었따면, 이번 작업은 내부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향하여 끊임없는 내적 성찰을 표현한 것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내부로부터 자신의 시선을 밖으로 향하여 오히려 외적인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고자 한 관찰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지금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과 기후는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기와도 같은 것이다. 2020년 올해 나타난 갑작스런 자연재해와 기후의 변화, 환경오염 등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은 작가의 사고의 변화를 순식간에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 예술가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받아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과 감각 그리고 섬세한 감수성으로 세상과의 교감을 하고 있다. 

 

작가는 시간이 멈춘, 존재의 상상 속을 거닐며, 세상을 향한 시선으로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은수, 독일 디플롬-디자이너, 철학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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