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NZ MACK
ACTS OF LIGHT
2018. 7. 5-9.22
대구 을갤러리는 2018년 7월 5일부터 9월 22일까지 독일 출신의 하인츠 마크(1931-)의 국내 첫 개인전을 선보인다. 조형의 순수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새로운 예술 관점을 표명한 아방가르드 그룹 ‘ZERO’의 설립자 하인츠 마크는 ‘빛’을 표현의 대상이자 도구로 삼아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하인츠 마크의 대표 시리즈인 빛기둥과 알루미늄 부조를 포함해 작가의 작품 중 가장 희귀한 제로 시대(1957-66)의 페인팅과 조각 등 총 12점을 선보인다.
1957년 하인츠 마크는 오토 피네와 함께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시대적 예술에 대한 대안으로서 ZERO group을 설립했다. (이후 1961년 귄터 워커가 합류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개인의 감정 및 표현 등의 주관성 대신 재료, 선, 면과 형태 그리고 미술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진보된 기술을 작품 제작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시간과 운동, 빛과 움직임과 관련한 기하학적 추상을 발전시키며 특히 자연적 소재의 역동성과 일련의 리듬 이용에 주목하였다. 하인츠 마크는 그중 ‘빛’에 주목했다. 이전에 들로네, 보치오니와 여러 광선 주의 작가들이 작품 속에서 빛을 통해 재현하는데 집중했다면, 그는 빛 그 자체를 소재로 작품에 자연의 빛과 인공 광선을 발하는 기계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며 도구이자 대상으로서 운동하는 빛을 등장시켰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하인츠 마크의 작업이 위치하는 공간은 전시장이나 도심 속에 한정되지 않고 사막과 극지방과 같은 대자연까지 포함하며 그의 작업은 환경예술과 대지미술의 범주까지 확장된다. (사하라 프로젝트 1959-1963, 북극 유토피아 프로젝트 1971) 넓은 대지와 빛이 충만한 사막이나 북극 한가운데에 빛기둥과 거울 큐브 등을 설치해 사방이 개방된 공간에서 순수한 빛에 대한 탐구를 하며 작가는 작품과 주위 환경과 조화를 모색하며 그의 작업은 이벤트와 해프닝까지도 이어진다. 수차례의 프로젝트 작업을 통해 작가는 한정적인 의미의 공간을 새롭게 재정의하고 공간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자 했다.
작가의 페인팅과 드로잉은 색상과 명도의 차이를 통해 빛을 전달하고 여러 간격과 시퀀스 사이에서 진동을 일으킨다. 화면 위에 표현된 빛은 역동적인 리듬감과 조화로운 충돌을 만들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 회화를 기반으로 조금 더 발전된 하인츠 마크의 부조 작품들은 1956년에서 1958년 처음 제작되었는데, 이 시리즈는 그의 작업 세계에 있어 큰 터닝 포인트이자 가장 중요한 시리즈가 되었다. 작가는 종이와 물감 대신 항공 우주 기술 분야에 사용되는 얇은 알루미늄 은박과 인쇄 기법을 통해 요철을 지닌 부조의 형태를 만든다. 이는 생명력을 뿜어내기 위해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인 빛을 필요로 하며 작품을 비추는 빛은 섬세하게 새겨진 금속 양각의 표면에 따라 우연적이고 율동적인 빛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하인츠 마크의 작품은 발광하는 재료의 성질을 넘어서는 새로운 의미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작가의 또 다른 대표 시리즈인 조각 작품에서 작가는 돌, 금속, 나무, 석고, 모래, 유리 또는 도자기와 같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며 가장 기본적인 빛의 움직임과 결합한다. 그의 가장 초기 조각인 빛기둥은 시각적인 변화를 위해 빛을 사용한다. 독일 작가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유의 간결하고 엄격한 형태는 자연의 구조와 대비를 이루며 더욱 두드러지며 규칙적인 구조에서 발생하는 운동감은 금속 재질에서부터 반사된 빛의 확산과 진동과 함께 공간의 변화를 일으킨다. 광선의 입사각에 따라 빛의 반사각이 달라지듯 감상자의 움직임에 따라 금속 양각의 표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매 순간 다른 율동적인 움직임을 이루게 된다. 작가의 조각들은 금속의 물질성보다도 우연적으로 만들어진 빛의 움직임과 시각적인 변화와 리듬감이 더욱 강조된다.
지난 60여 년 동안 하인츠 마크의 작품 속에서 ‘빛’과 ‘공간’은 필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 존재에 대한 정의는 끊임없이 확대되었다. 작가에게 있어 빛은 본연의 고유한 성질과 감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시각적 도구로 적절한 기구를 사용하며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의 작품 속에서 빛이 체적 되거나 분산되는 강도는 물리적인 조건이 되며, 미학적인 범주에서 빛의 성질과 아름다움은 작품을 이루는 순수한 감각적인 가치이자 창조적 행위의 주체가 된다. 하인츠 마크의 빛은 매개체인 작품 그리고 공간을 유기적으로 통하면서 직선적이고도 유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빛을 운용해 만든 작품 또한 빛의 대상물이며, 도구가 되는 동시에 빛은 공간 속에서 매개체인 작품과의 원활한 상호 작용을 통해 조화롭고, 유동적인 관계를 추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공간을 대하는 사고에 대한 새로운 종합적인 인식을 가능하게 만든다. 다양한 매체를 뛰어넘어 작가 특유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구조는 의도적이면서도 우연적인 빛의 움직임을 끌어들여 새로운 질감과 함께 제3의 확장된 공간을 만들어낸다. 을갤러리가 준비한 하인츠 마크의 한국 첫 전시는 오랜 시간 동안 ‘빛’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이어온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를 통해 ‘빛’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의 시간이 녹아있는 하인츠 마크의 ‘빛’과 ‘알루미늄’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차갑고도 따스한 울림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