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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Phillips

Monochrome Models

2018. 04. 17 – 06. 02

미국 출신의 회화 작가 리차드 필립스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오는 2018년 4월 17일부터 6월 2일까지 대구 을갤러리에서 열린다. 극사실주의 대형 회화 작업으로 유명한 리차드 필립스의 이번 전시에는 작가 특유의 사실적이면서도 아카데믹한 화법을 유지하고 있는 회화 7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신작 ‘모노크롬 모델’ 시리즈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리차드 필립스는 주로 상업 패션 광고, 팝 문화, 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 연예인들의 화보 등 유행에 민감한 소재의 사진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작가는 대중문화에서부터 차용한 이미지들을 캔버스와 물감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매체를 통해 특유의 사실적이고 글로시한 이미지로 표현한다. 리차드 필립스의 작품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얼굴과 상반신 중심으로 클로즈업 된 관능적인 인물들은 도발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함을 동시에 보인다. 사실적인 인물화에 집중되어 있는 그의 작업 세계는 대상이 우선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를 오히려 뒤로 밀어내 캔버스에 표현된 피사체가 가진 표면적인 특징과 회화적 요소가 지닌 의미의 풍부함을 역으로 드러낸다. 날카로우면서도 짙은 회화성을 품고 있는 리차드 필립스의 인물화는 하나의 독특한 회화 양식으로 작가만의 상징적인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작가는 대중문화 속에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이미 익숙하게 고정되어 있거나 결정지어져 있는 친숙한 이미지를 캔버스 위의 공간에 재구성하고 구체화시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미디어 속의 매혹적이고 이상적으로 표현된 특징들을 성과 사회, 정치, 상업, 예술 영상과 교묘하게 재결합하거나 극적으로 과장하는 표현 방법을 통해 기존의 의미를 모두 전복시키며 정반대의 모순된 구성을 만든다. 리차드 필립스만의 화법으로 캔버스 위에 재해석된 이미지는 이미 알고 있거나 익숙한 유명인들의 얼굴과 자세를 오히려 낯선 것으로 바꾸어 관람객들에게 어디선가 본 듯 친숙하지만 무어라 정확히 형용할 수 없는 낯선 이질감을 느끼도록 한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리차드 필립스의 완벽하게 포토샵 처리된 듯한 작품은 어쩌면 그의 작품처럼 정확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이미지와 그러한 시각 문화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은 대량 소비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 현실에 대한 예술적 반응이라는 점에서 팝 아트의 맥락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리차드 필립스의 인물화는 도구화, 상업화된 성적 표현으로 에로티시즘의 의미를 환기시킨 앤디 워홀, 탐 웨슬만, 리차드 해밀턴, 멜 라모스의 맥락을 이어오고 있으며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를 차용한 네오 팝 아티스트들-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리차드 프린스, 존 커린 등과 나란히 한다.

 

이번 전시에서 리차드 필립스는 지난해 알민 렉 갤러리와 아트바젤에서 선보였던 ‘무솔리니 로마 조각상’과 ‘캘리포니아 산불’을 다루었던 이전 작업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이미지가 지니고 있는 힘과 영향력을 훼손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예술가는 항상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문장과 같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작가의 모노크롬 시리즈는 기존의 작품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그의 신작들은 작업의 기초가 되는 사진과 같이 평면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작업과 같다. 그러나 회화 작가의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오랜 탐구의 핵심으로써, 차용한 미디어 이미지들을 다른 맥락에서 재해석에 옮기는 것에 보다 초점을 두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인 ‘Monochrome Models’에서, 모델이란 용어는 작품의 대상인 여성 모델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손을 거쳐 표현된 피사체의 대략적인 형(型)-sketchiness을 지칭한다. 모델의 피상적인 부분들은 사진 속에서 또는 멀리서 볼 때는 마치 스케치를 한 것과 같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대상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각각의 개별적인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연히 캔버스 위에 남은 작은 붓 털과 물감 자국들은 대상을 표현하는 작가의 제스처를 그대로 남겨 보여준다. 화가의 움직임은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우리는 그 형상을 통해 대상이 이미 가지고 있는 정체성 보다는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의도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리차드 필립스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최근의 모노크롬 모델 시리즈까지 그의 작품 세계는 미디어 제작자와 소비자가, 작가와 관객이 동일한 현실 세계에 위치한 것에 주목하며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의 진정성이라는 개념을 성찰하도록 한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 ‘…정치, 도덕, 성, 명성, 패션, 이데올로기, 권력, 광고, 아름다움, 폭력, 광기, 전쟁, 왜곡된 진실, 어두운 현실, 개인을 위협하는 힘 등 다양한 항목에 의해 합법화될 수 있는 것들의 예술적인 묘사’…라는 문장을 사용했다. 을갤러리가 준비한 이번 전시는 작가의 문장처럼 우리로 하여금 한 사회와 제도의 이데올로기가 누군가의 힘에 의해 또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방향 설정되어 있는지 그 너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한다.

 이지인

Richard Phillips’s hyperrealistic paintings from the 1990s foreshadowed an era of visual culture synonymous with photoshopped perfect and the flat, monotony of celebrity. Taking on familiar faces and poses with disturbing precision, his images transformed the knowable into something stranger. Seated within art history’s preoccupation with the portrait, Phillips images pushed back on their subject matter to reveal their shallowness of their representational nature and richness of what they mean in the abstract.

 

In Monochrome Models, Phillips latest body of work-the artist does not seek the same ends. His images may feel familiar in the way they are flattened in a photograph, but this is the crux of the artist’s newest investigation, which centers around the mistranslation of images into the plane of the screen, an ubiquitous extension of the first world.

 

Like his recent paintings of Mussolini's Roman statues and California wildfires, Phillips plays with the way the construction of an image can undermine its authority and urgency. In Monochromatic Models, the term model does not refer to Phillips subject matter, although they are, but rather the sketchiness of their existence. In a photograph or from afar, the woman’s features look resolved but as one edges closer the composition denies itself. The bristles and ridges of paint appear as a network of strokes and gestures. The artist’s hand supersedes the composition of the face shifting the conversation from one about identity to one about authorship. A departure from his early paintings, the Monochrome Model series reflect upon ideas of authenticity in a reality where maker and consumer are one and the same.

Curator Jii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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